앞서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사용에 관한 몇가지 추억어린 포스팅을 적었다. 돌이켜 보면 컴퓨터 시스템에 운영체제를 설치한 후, 마치 의식처럼 차례대로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과정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간이 거의 없긴 하지만 대신 운영체제의 업데이트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운용에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유틸리티는 여러모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특히 운영체제의 부족한 기능을 채우거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용도의 프로그램으로서 1980년 이후 마이크로컴퓨터 사용이 확산 되면서 거의 한 세대 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요한 영역을 차지했다. 한때 주요 유틸리티가 킬러 소프트웨어 마냥 소프웨어 산업을 주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특정 영역에서 거의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 일부 유틸리티는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공급사 못지 않은 위상에 올랐으며, 전시회에서 가장 큰 자리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호기는 컴퓨터 시스템과 운영체제이 개선되면서 곧 사그러지게 되었다. 수 많은 유틸리티가 제공했던 기능들이 운영체제의 기본 기능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몇 번의 변화를 거친 운영체제는 유틸리티가 거의 필요없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전시장 한 면을 가득채웠던 그 기업의 자리는 찾기도 힘든 작은 규모로 자리 잡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안티바이러스나 백업 등 일부 유틸리티는 운영체제의 기능만을 믿지 못하는 많은 사용자들 덕에 나름의 성과를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예전의 영광에 비할바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필요로 하는 많은 유틸리티는 무료나 오픈소스로 공개된 프로그램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유틸리티 제품이 설 자리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컴퓨터 시스템은 이른바 가지고 노는 재미가 없다. 말 그대로 게임 용도가 아니라면 업무 생산성을 위한 작업 시스템이 되었다. 그리고 유틸리티를 사용해야만 했던 시간은 업무를 좀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운용에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은 유틸리티가 사라진 만큼 이전에 비해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기능들로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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