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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일 수요일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몰락

앞서 유틸리티 소프트웨어 사용에 관한 몇가지 추억어린 포스팅을 적었다. 돌이켜 보면 컴퓨터 시스템에 운영체제를 설치한 후, 마치 의식처럼 차례대로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과정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간이 거의 없긴 하지만 대신 운영체제의 업데이트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운용에 소요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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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는 여러모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특히 운영체제의 부족한 기능을 채우거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용도의 프로그램으로서 1980년 이후 마이크로컴퓨터 사용이 확산 되면서 거의 한 세대 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요한 영역을 차지했다. 한때 주요 유틸리티가 킬러 소프트웨어 마냥 소프웨어 산업을 주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특정 영역에서 거의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 일부 유틸리티는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공급사 못지 않은 위상에 올랐으며, 전시회에서 가장 큰 자리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호기는 컴퓨터 시스템과 운영체제이 개선되면서 곧 사그러지게 되었다. 수 많은 유틸리티가 제공했던 기능들이 운영체제의 기본 기능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몇 번의 변화를 거친 운영체제는 유틸리티가 거의 필요없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전시장 한 면을 가득채웠던 그 기업의 자리는 찾기도 힘든 작은 규모로 자리 잡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안티바이러스나 백업 등 일부 유틸리티는 운영체제의 기능만을 믿지 못하는 많은 사용자들 덕에 나름의 성과를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예전의 영광에 비할바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필요로 하는 많은 유틸리티는 무료나 오픈소스로 공개된 프로그램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유틸리티 제품이 설 자리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 컴퓨터 시스템은 이른바 가지고 노는 재미가 없다. 말 그대로 게임 용도가 아니라면 업무 생산성을 위한 작업 시스템이 되었다. 그리고 유틸리티를 사용해야만 했던 시간은 업무를 좀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운용에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은 유틸리티가 사라진 만큼 이전에 비해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기능들로 가득해졌다.

2021년 5월 19일 수요일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숙명, 1Password의 변화를 바라보며

몇년 전 StuffIt을 추억하며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에 대한 글을 적었지 않나 싶었다. Agilebit의 1Password는 제품 출시부터 거의 10년 정도 사용해 온 암호관리 유틸리티 프로그램이다. 지금이야 왠만한 웹 브라우저에 웹 사이트에서 요구되는 사용자 이름과 암호를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당시 인터넷 웹 서비스 사용이 점점 증가하면서 여러 사이트의 계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나의 암호를 여러 웹 사이트에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의외로 각 웹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계정 이름이나 암호의 규칙이 달랐다. 사용자 이름은 몇 자 이상 혹은 몇 자 이내, 암호는 몇 자 이상에 숫자나 특수 문자를 포함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들이었다. 더욱이 특정 웹 사이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호를 변경하도록 권장했고, 국내 몇몇 주요 서비스는 아예 강제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식이다보니 각 사이트 마다 암호가 다른 것은 일반적 사항이었고, 바꾼 암호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또 새로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1Password는 웹 사이트에 저장한 사용자 이름과 암호를 자동으로 기억하고 자동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물론 이런 기능이 먹히지 않는 몇몇 사이트도 있었다. 내 기억에 끝까지 자동 로그인이 되지 않았던 곳은 옥션 사이트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런 사이트는 몇 개 되지 않았으니 1Password의 사용에 따른 가치는 충분히 돈 값을 했다고 본다.

1Password는 그외 여러 개인 신상이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그리고 주요 정보들을 하나의 앱에서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여 여러모로 일상을 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iOS 버전이 나왔고 아이폰에서도 1Password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인터페이스의 차이로 인해 Mac 버전 만큼의 편의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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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환경에서 1Password를 잘 사용하다가 최근 웹 브라우저의 암호 관리 기능이 등장하게 되면서, 그 기능들이 종종 1Password와 충돌되거나 혼란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실제 암호 관리 기능으로만 본다면 사파리나 크롬 등의 웹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정도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충분히 만족할만하는 것이다. 1Password이 제공해왔던 효용성의 가장 큰 부분이 사라지게 되었다.

더욱이 그러한 사이 1Password는 구독형 서비스로 완전히 전환했고, 그에 따른 기술적 안정성이나 서비스가 개선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적 부담에 대한 추가적인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특히 웹 사이트 관련 암호 관리 기능에 추가된 보안 관리 사안들이 너무 일반적 평가를 따르지 않아 싶고, 그에 따른 해결 방안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나 싶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잘 사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암호 관리 수준을 개선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 정도의 수고를 보일 사용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웹 사이트 암호 관리 외 다른 기능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관리 기능이 기술적으로는 개선되었을 지 몰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기능적 부분은 오히려 불편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특히 프로그램의 이름에 따라 아이콘이 자동으로 지정되는 재미있는 기능이 이전 버전이 그리울 정도로 현재 버전에서는 적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한때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는 항상 설래지 않았나 싶다. 어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개선되었나 하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업데이트는 항상 불안하다. 업데이트 이후 제대로 작동할 지 심지어는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유료 버전으로 전환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 등이다. 1Password 역시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지 매우 궁금하다.

2018년 10월 27일 토요일

컴퓨터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의미와 가치.. StuffIt을 기억하며

삶에서 컴퓨터란 자체를 사용해온 지가 벌써 30년 훌쩍 넘어 40년 가까이 되어 간다. 남들 보다 빠르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늦지않게 컴퓨터란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에 컴퓨터란 것은 그저 종이로 출력할 수 없는 타자기에 불과했다. 프린터를 사용하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한 이후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컴퓨터란 것은 한두 가지 일을 뺴곤 기대한 바를 얻기까지 꽤나 어려웠고 불편했다. ProDOS든 MS-DOS든 그 자체로는 딱히 무언가 하는 역할이 없었으며, 실제적 일은 어플리케이션에 의해 구현되었는데 당시 대개 프로그램이 하는 역할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범주에 국한되어 있었다. 더욱이 그 기본이나 범주라는 단어의 영역 역시 급소했다. 그러다보니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거나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능들을 갖춘 이른바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주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한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유틸티티의 가격이 왠만한 어플리케이션의 가격 못지 않기도 했다. 나아가 Norton Utilities처럼 IBM-PC 호환기종 혹은 MS-DOS 머신 등 하나의 제품군을 정의하는 유틸리티도 적지 않았고, 또한 그러한 영역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유틸리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컴퓨터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혹은 특정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 운영체제나 운영환경의 기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개발자 혹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주객전도의 시도를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없으면 컴퓨터도 운영체제도 없다는 정도로 콧대가 높아질 수 있다. 나의 짧은 컴퓨터 사용 경험에서도 그런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사실 그런 예를 들라면 수도 없을 정도라고 본다. 그런 가운데 유독 하나 잊혀지지 않는 것은 Mac OS의 압축 유틸리티인 Aladdin Systems의 StuffIt이다.

Aladdin Systems의 Stuffit는 1990년대 Macintosh 사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유틸리티였다. Aladdin Systems은 Macintosh를 위한 여러 유틸리티를 발매하여 큰 호응을 받은 회사로 아마도 대표작이라면 StuffIt과 ShrinkWarp이 아닌가 싶다. Macc OS 7.X 시기, StuffIt 기준으로 버전 4.X 수준이 가장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지 않았을까 한다.

StuffIt의 대성공으로 Aldaddin Systems은 새로운 기술과 기능 구현 그리고 마케팅으로 과감하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지나친 덕에 압축 유틸리티로서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하위 호환성을 무시하고, 관련된 오류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또한 유틸리티 임에도 여러 버전으로 구분하여 판매되었고, 하드웨어 요구 사항까지 있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Macintosh 사용자들에게 DOS/Windows 사용자들과 달리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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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intosh 진영에서 대성공에 힘입은 Aladdin Systems은 Windows는 물론 Linux 심지어 UNIX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Macintosh 시장의 축소와 Windows를 비롯한 새로운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인지 다른 회사로 인수된다. 물론 StuffIt는 아직도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예전 Macintosh 사용자들에게 StuffIt은 Aladdin Systems의 대표작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애증의 유틸리티였다.

압축 유틸리티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압축하고 해제하는 기능이다. 추가로 압축률과 분할 압축 등이 기술적 개선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 이상의 기능을 요구하는 사용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한 기능의 개발에 투자했을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사용자가 요구하거나 기대한 것은 아니다. 빨리 압축하고 안전하게 해제하는 기능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아마 StuffIt 개발자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고민하지 않았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압축 유틸리티에 뭘 더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여러 기능을 추가했겠으나, 사용자 입장에서 그러한 기능은 있으면 좋은 수준을 넘어 그저 불필요한 기능으로 비용이 더 요구될 수 있는 부담으로 인식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압축 기능은 운영체제의 기본 기능으로 자리잡게 되고-성능 여부와 무관하게-사용자들은 외부 유틸리티를 통하여 그러한 기능을 사용하는 빈도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예는 StuffIt이 아닌 다른 유사한 유틸리티의 경우와도 다르지 않다. 유틸리티라는 것은 컴퓨터와 운영체제 그리고 프로그램의 불편한 점을 보완하여 그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그 인기는 곧 운영체제나 프로그램의 기본 기능으로 포함될 것으로 의미하게 됨으로써 항상 그 기반이 사라질 위험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숙명이다.

그렇더라도 StuffIt는 그 이름은 아직까지 남아 Mac OS X와 Windows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미 주요한 압축 유틸리티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또한 7Zip과 같은 막강한 기능의 무료 유틸리티까지 있는 마당에 어떻게 시장 경쟁에서 생존해오고 있는 지 놀랍다. 어쩌면 다른 유틸리티와 다른 압축 유틸리티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구형 컴퓨터 사용자를 위한 추억의 가치

누구나 내 책상 가운데 하나 위에 놓여진 커다랗고 시끄러운 금속 상자와 그 옆 낯선 화면을 보면서 과연 이게 뭔지 의아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랗게 그리고 화려하게 새겨진 HP 로고를 보고 나면, 별나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