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서 평가 받아야 하고, 지난 것은 지난 추억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이것은 이른바 올드 PC(레트로 혹은 클래식 컴퓨터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0년 혹은 더 멀리 20년 전 컴퓨터에 현재 혹은 근래 사용되는(지원되는) 운영체제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자랑스러운 영상이나 이미지를 업로드한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러한 능력과 노력 그리고 관심에 경의를 표한다. 다만 그 목적이 세대를 저물어 간 유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현재 업무나 일상에서 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분명 무리한 시도라 할 수 있다.
1990년 중반 804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PC에 어떤 방법을 통하여서든 근래 사용하는 Windows 운영체제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그 설치 성공 여부에 대한 한계도 분명하고 비록 설치한 후에도 현실적 운용에 한계 역시 명확하다. 때문에 레트로 컴퓨터의 부활은 그 목적에 맞게 기대하는 목표도 현실적이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시도의 이유는 분명하다. 현대의 일상적 컴퓨터 운용 환경이 인터넷 웹 서비스 중심이다보니 하다 못해 구글이나 야후 등에 접속하는 정도는 되어야만 부활의 증명이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요한 웹 브라우저나 근래 개발된 웹 브라우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기준으로 보자면 이미 Windows 7도 지원 목록에서 사라질 위험에 처해진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Windows XP나 혹은 그 이전 윈도우즈 운영체제에서 지원되는 웹 브라우저를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만일 인터넷 웹 서비스를 포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많은 구형 PC들이 구형 게임으로 구동하는 위한 게임 머신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게임 머신 플랫폼으로 구형 PC를 정비하고 새로 구축하는 비용이나 노력이라면 새로운 최신 게임 환경 구축을 실현하고도 남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의도를 가진 이들을 위해 많은 과거의 게임들이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대부분의 개발사나 공급사도 10년 지난 게임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최근에는 과거의 게임을 현재 컴퓨터 환경에서 구동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된 제품이 나오긴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뿐이니 성공한 제품은 꽤나 드물지 않나 싶다.
하지만 구형 PC에서 구형 게임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솔직히 가상화 플랫폼에서 구형 컴퓨터 환경을 구성하여 운용하는 것이 훨씬 값 싸고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역시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듯, 과거의 게임은 과거의 하드웨어에서 즐겨야 제 맛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구형 PC를 되살려 옛 추억을 즐기는 것은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그런 시대를 겪어 보지 못한 어린 친구들도 레트로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심하게도 수집의 단계까지 확장된 경우도 적지 않게 본다.
이들에게는 과거의 컴퓨터들이 그야말로 구시대의 유물로서 수집 대상이다. 실제 운용 보다는 전원이 공급되고 부팅이 되고 알 수 없지만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운용되는 것을 확인하는 이상의 기능적 바램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요즈음과 달리 과거의 컴퓨터는 덩치나 무게 그리고 주변 장치들이 차지하고 공간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에서 결국 수집이 아닌 저장의 단계로 전락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과거의 유물을 오늘날 사용해보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실제 운용 가능한 환경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 성공할 수 있는 대상이 드물다보니 수집 혹은 저장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컴퓨터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든 혹은 과거의 유물을 경험하든 지난 술은 지난 부대에 담는 것이 추억을 추억답게 그리고 경험의 새로움을 느끼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부대에 담긴 지난 술에서는 과연 어떤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