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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1일 토요일

빠른 CPU가 언제나 빠른 컴퓨터를 만들지는 않았다 ?

일반적으로 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CPU를 사용하면 제조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른바 컴퓨터라면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이 말에는 여러 조건이 붙는데, 컴퓨터의 부품이나 구성품은 물론 운영체제에 따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동일한 CPU를 사용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체감 성능이 현저히 차이난다고 예상하기란 어렵다.

이런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 시켜준 것은 애플의 맥, 맥킨토시였다. 놀랍게도 맥은 처음부터 채용은 모토로라의 MC68000이후 사용한 680X0 계열은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이 사용하는 CPU였다. 그런 이유는 맥킨토시 II가 처음 등장했을 때 워크스테이션으로 분류되었다. 잡스아 애플을 떠나 설립한 넥스트에서 출시한 넥스트(넥스트 큐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맥은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애칭에 걸맞는 가격과 화려함을 가득했으나 실제 성능에서는 다른 워크스테이션에 비할 수 없는 형편없는 체감 성능을 보여주었다. 물론 맥의 운영체제 Mac System이 멀티태스킹 운영체제가 아니었고, 맥 하드웨어 역시 멀티프로세싱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UNIX 운영체제를 탑재한 다른 멀티프로세싱 워크스테이션의 성능과 직접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더 허접한 Windows 3.1을 탑재한 80386/80486 PC 보다는 나은 성능을 보여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맥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보다 맥 사용자들을에게는 필요한 하지만 값비싼 성능을 제공했는 지는 몰라도-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다른 워크스테이션과 비교하지만 비교의 의미가 없었다.

모토로라가 680X0의 시대를 마감하고 IBM과 함께 PowerPC로 전환한 이후 맥은 PowerPC를 채용했고 잠시 PowerPC 기반 워크스테이션이나 Pentium 기반 PC(혹은 PC 워크스테이션)에 비해 나은 성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 영광의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 그리고 PowerPC G3, G4 그리고 G5에 이르는 놀라운 슈퍼컴퓨터급 CPU를 사용하면서도 언제나 돈 값 못하는 거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애플의 맥의 성능으로 일방적인 비난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 것은 정말 Intel의 X86 CPU를 채용하면서부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시대는 CPU,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가 고정된 시기였다. 덕분에 비슷한 구조와 사양의 워크스테이션이나 PC는 SCSI 등과 같은 인터페이스 사용에 따른 입출력 속도를 제외하고 순전히 어플리케이션 운용 성능은 유사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는 회사마다 모두 별개의 CPU를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가 불가했다. 때문에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나 어플리케이션 운용성으로만 겨우 비교가 가능했다.

SUN MicroSystems가 SparcStation 출시 이후, 모토로라 680X0을 탑재한 워크스테이션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것은 맥과 넥스트 정도였다. 실제적으로 적지 않은 워크스테이션이 680X0을 채용했지만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코모도어의 Amiga나 아타리의 Atari ST가 680X0를 사용했지만 그누구도 워크스테이션로 분류하지 않았다. 맥 역시 다르지 않았지만 맥킨토시 II/IIx 이후 맥을 워크스테이션으로 분류하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넥스트 마저 하드웨어 사업을 접었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을 사라지고 맥 마저 인텔 CPU를 쓰는 마당에 데스크탑 및 노트북 PC 시장에서 CPU와 관련한 논쟁은 종결된 듯 했다. 물론 인텔과 AMD 간의 싸움은 링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집안 싸움 정도로 보이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ARM 기반의 컴퓨터 시스템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애플이 소문대로 ARM 기반의 애플 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출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평화로운 시절이 다시 왔다. CPU는 클럭 사양과 코어 수에 따라 성능과 가격이 결정되었다.

그런 와중에 놀랍게도 같은 CPU를 사용하면서도 현저하게 다른 성능을 가진 PC들이 제품으로 등장했다. CPU의 이름이나 제원에 온갖 추가적인 기능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이제 하나의 CPU는 기준 성능과 최고 성능을 가지도록 진화했고, 특히 노트북 시장의 확대는 CPU의 성능과 전력 소모량 간의 조화스러운 구성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으로 다시 형성되기 시작했다.

HP(HPE가 아닌)와 같은 경우 워크스테이션 레벨 제품을 제외하고도 도대체 몇 개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는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모든 인텔의 CPU를 사용하고 브랜드 마다 같은 그룹의 제품을 쓰기도 하지만 성능과 기능에서 차이가 난다. 언급한 CPU의 기준 성능이 이상의 기능 발휘 사안은 온갖 화려한 용어로 포장되었다. 과거 오버드라이브의 추억을 떠올리는 오버 클럭, 터버, 터버-버스트, 하이퍼-쓰레딩 등 이름는 모두 강력한 느낌을 주는 기능을 가득하다. 더불어 그래픽스 프로세서까지 탑재되기도 한다.

이렇듯 CPU의 전원 관리를 통하여 CPU의 성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동일한 CPU를 탑재하고도 기본형, 고급형, 업무용, 게임용 그리고 워크스테이션용 다양한 노트북 모델이 갖춰진다. 기껐해야 서너개 모델 정도인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이 초라할 정도이다. 결국 노트북 PC가 대세가 된 지금 인텔의 CPU가 이러한 넓은 범위의 전력 소모량을 수용한 덕에 제조사는 하나의 CPU로 여러 종류 그리고 여러 그룹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은 혼란을 넘어 자신을 무지하게 끔 의심하는 분노로 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같은 CPU를 사용한 제품이면서 공개된 성능과 가격에서 보여주는 차이를 과연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 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메모리 최대 확장 용량, 외장 그래픽스 프로세서의 탑재 등으로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 차이에 따른 가격 차이는 가슴으로는 물론 머리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자동차를 구입할 때 중간 모델에 선택 사양을 더할 것인지 혹은 고급 모델 가운데 최하 사양을 선택할 건지에 대한 끔찍한 고민과 다르지 않을 정도이다. CPU의 성능이 아닌 제조사가 제시한 성능을 믿을 수 밖에 없지만, 가격대비 성능을 체감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더욱이 노트북 PC는 이제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와도 경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태블릿 PC는 기능과 전력 등 여러 문제로 ARM 기반의 CPU를 사용했지만, 놀라운 수준의 성능 개선으로 이미 사양적으로는 노트북 PC의 CPU를 앞서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애플이 ARM 기반의 독자적 CPU를 개발한 것으로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덕분에 태블릿 PC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아이패드의 종류는 맥북 종류도 많다.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 홈 페이지에 현재 판매되는 아이폰은 5개 정도지만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델까지 보면 10여개가 넘는다. 예전에는 동일 모델에서 메모리 용량에 따라 선택하는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노트북의 수에 비춰 태블릿 수는 1/3 수준을 넘는다. 대부분은 같은 CPU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때, CPU를 성능으로 제품을 판단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까지 포함하면 노트북이든 태블릿이든 혹은 스마트폰이든 100여개가 훌쩍 넘는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짙어질 것이다. 요즈음 AMD의 역습에 고민하는 인텔의 반격에서도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시 68K 맥 시절로 돌아가 누군가 내게 맥이나 애플에 대한 알려달라고 했을 때, 최고의 CPU로 최악의 컴퓨터의 만드는 곳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에도 그리 틀리지 않은 말 같다. 그럼에도 이러한 맥의 문제는 맥의 성장에는 분명 한계로 작용했을 지 몰라도 맥 다움을 유지하고 맥 시장을 지키는데는 분명 더 효과적이었음에 분명하다.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CPU를 비롯한 기계적 성능으로만 평가 했지만 맥은 일찌감치 사라졌을 수도 있다.

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함에 따라 CPU에대한 기준이 사라진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제조사나 판매자가 분류한 그룹 내에서 가장 싼 혹은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것만 선택될 수 밖에 없다. 22세기에는 분명 컴퓨터 단어가 포함된 이름의 물건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2019년 12월 14일 토요일

워크스테이션 맥킨토시, 꿈은 다시 이루어질까?

새로운 Mac Pro가 마침내 구입 가능하게 되었다. 더욱이 놀라운 가격의 모니터와 미친 가격의 모니터 스탠드 그리고 정신 나간 친구나 구입할만한 이동용 스텐드까지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반농담에도 구입할 친구들은 예상보다는 많을 것이다. 애플이니 당연하지 않겠나!

하지만 역시나 애플은 자신의 워크스테이션이 가진 전통적 문제를 여전히 품은 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디자인이나 성능에서의 문제가 아닌 비용 대비 성능에서 최고의 애매함과 최악의 성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장 비싸고 빠른 Mac 시스템이지만 HP의 미드-레인지 레벨에 해당되는 성능이라는 점에서 이성과 감성 간의 고민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또 하나 문제는 바로 어플리케이션 지원 제약이다. Windows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현재 Mac Pro에서 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메이저 레벨의 3D CAD 시스템은 없다. 얼마 전까지 Mac OS X를 지원하던 Siemens NX도 결국 새 버전을 출시하면서 과거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Autodesk Maya 정도가 그마나 DCC 분야에서의 Mac OS X 지원 대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 역시 미래를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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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Mac Pro가 Mac OS X를 운용하는 워크스테이션으로서 가장 강력한 성능과 화려한 기능을 발휘할 때는 역시나 Final Cut Pro X나 Logic Pro X 등 애플의 주요 멀티미디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HP의 4세대 Z6와 Z8 워크스테이션은 멀티 프로세서 구성을 위한 Intel Xeon Scalable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Apple의 Mac Pro는 싱글 프로세서인 Intel Xeon-W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Mac Pro의 경쟁 상대 역시 HP의 경우라면 Z4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기본 가격이 US $6,000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기본 800만원에서 시작한다. 이 정도면 HP Z8 G4 워크스테이션을 시작하고도 남는다. 물론 Mac Pro의 성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강력하지만-어떤 이유가 있더라도-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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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1980년대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열린 후, 잡스, 스컬리, 그리고 팀쿡에 이르기까지 모두 애플의 컴퓨터를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들어가려고 애를 써왔는데.. 이번에는 성공할 지 모르겠지만, 딱히 기대할만한 여지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워크스테이션 구매 대상에서 당당히 Mac Pro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2019년 6월 9일 일요일

워크스테이션 맥킨토시의 여정

스티브 잡스가 Lisa 그리고 Mac을 출시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가운데 하나는 애플의 컴퓨터가 워크스테이션 시장으로 진입 것이었다. 잡스가 1984년 Macinotosh 첫 모델를 대학이나 연구소에 보급하려고 동분서주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솔직히 무모하기에 앞서 어이없는 행보이기도 했다. 당시 Apollo나 SUN의 워크스테이션과 Macintosh를 비교하자면 같은 계열의 모토로라 MC6800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했다는 것 외에 아무런 동질성, 유사성 혹은 비교 대상이 없었다. 그의 생각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보자면 같은 계열의 CPU를 사용했으니 그 정도 수준의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정도 수준으로 비싸야하지 않나 생각했을 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가 제대로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혹은 접해본 워크스테이션이 Lisa나 Macintosh에 대한 그의 이상에 비춰 오히려 워크스테이션이 주는 감흥이 보잘 것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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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쩄거나 잡스 혹은 애플은 Macintosh 이후 꾸준히 애플의 컴퓨터를 워크스테이션 시장으로 진입 시키고자 했다. 1987년 Macintosh II의 등장은 애플은 물론 마이크로컴퓨터 산업 전체의 시각에서 애플이 워크스테이션을 출시한 것으로 인정했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찬사였지만, Macintosh II는 이전 잡스의 Macintosh가 아닌 애플 그리고 스컬리의 컬러 디스플레이와 모듈러 구성의 PC 혹은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운영체제 그리고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워크스테이션으로서 Macintosh II는 워크스테이션에 기대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그저 애플의 빠른 컬러 컴퓨터 시스템이었다.

이후 Macintosh II 라인은 비록 일반 PC 수준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도 워크스테이션으로서도 인정 받지 못하고 그저 애플의 고가 비즈니스 컴퓨터로서 자리잡았다. 그리고 다시금 워크스테이션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애플의 시도는 Macintosh IIfx로 부활하게 되었다. 이전 Macintosh II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제공했고 UNIX 기반 운영체제인 A/UX도 안정된 상태였지만 수 많은 이유로-물론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과 확장성 한계였지만-실망스러운 결과를 맞보게 된다.

1980년대 후반 80386에 대응될 수 있는 68030 마이크로프로세서 시대에서 실패를 맛본 애플의 워크스테이션 전략은 80486에 대응되는 68040 시대에서 또 다시 시도되는데, Macintosh Quadra 900/950 등과 같은 거대한 타워 형식의 워크스테이션 모델이었다. Macintosh Quadra 시리즈는 곧 하이엔드 라인에서 PowerPC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미드-레인지 라인으로 추락하게 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Quadra 950은 나름 선전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생산된 애플의 컴퓨터 가운데 하나가 된다.

애플은 PowerPC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Power Macintosh 시대에 와서는 워크스테이션 시장 진입을 포기한 듯 했다. Macintosh 그리고 Power Macintosh의 운영체제는 그 성능 개선와 상관없이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인 반면, PC 진영에서의 Windows 3.1 그리고 Windows 95/98로의 진화는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Windows NT의 등장으로 Power Macintosh는 하드웨어 측면이 아닌 운영체제 그리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진영에서도 POWER, PA-RISC, SPARC, MIPS 등 64-비트 RISC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무장하면서 PC 수준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벽을 만들고 있었다.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과 X86 PC 워크스테이션 가운데 존재감 없는 Power Macintosh의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한 것은 잡스가 다시 애플로 복귀하고 Next STEP에 기반한 Mac OS X를 탑재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Power Macintosh 역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PowerPC G3, G4 그리고 G5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가격대비 성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럼에도 애플의 워크스테이션 시장 진입에 대한 시도는 계속 되었고 2006년에는 Power Mac G5가 등장한다. 하드웨어 성능면에서 그리고 새로운 운영체제를 탑재했다는 사실에서 명실공히 워크스테이션으로서의 위상을 가졌다고 할만했다. 그러나 여전히 애플의 워크스테이션은 가격대비 성능에서 사용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애플의 하이엔드 머신과 운영체제는 단순히 성능면에서 워크스테이션 레벨에서 존재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워크스테이션을 운용하는 목저으로서의 어플리케이션은 턱 없이 부족했다. 운용할 수 있는 3D CAD나 CAE 어플리케이션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산업 디자인이나 멀티미디어 분야 등 일부 제한적 영역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시대도 가격대비 성능에서 X86 PC 워크스테이션에 의해 서서히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면서 20세기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시대를 화려하게 구가했던 RISC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UNIX 워크스테이션들이 X86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Windows NT 워크스테이션(PC 워크스테이션)으로 전환도기 시작했다. 몇몇 남은 RISC 워크스테이션들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애플은 결국 맥킨토시 플랫폼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PowerPC에서 X86 Xeon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으로 X86 기반 PC 워크스테이션 경쟁에 뛰어들지만, 애플의 제품 답게 사용자들은 Mac OS X 환경이 주는 특혜를 제외하고는 가격대비 성능 차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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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Power Mac G5의 모습을 한 이른바 1세대 Mac Pro는 Xeon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의 멀티 프로세싱 환경을 제공하면서 보다 향상된 기능의 Mac OS X로 본격적인 PC 워크스테이션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채용이 늦어짐에 따라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2013년 Xeon E5에 기반한-이른바 연탄맥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던-새로운 2세대 Mac Pro가 등장하면서 기존 워크스테이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있는 기능과 구성으로 많이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론 성능 대비 엄청난 가격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HP의 워크스테이션을 보자면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칩셋이 출시면서 어김없이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전 모델을 구형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반면 애플의 Mac Pro는 출시 후 거의 변화가 없거나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탑재가 새 소식이 될 정도로 사용자들을 애달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2017년 등장한 iMac Pro가 Mac Pro를 대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별 부담없는-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예상치 못한 등장한 새로운 3세대 Mac Pro는 지난 수십년간 애플이 워크스테이션 진입을 위한 노력한 결과로서-다소 어색한 외형 디자인에도 불구하고-성능과 가격면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더라고 이전 Mac Pro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 사양으로 8-코드 Xeon 마이크로프로세서, 32GB RAM, Radeon Pro 580X 그래픽 카드, 그리고 256GB SSD를 갖추고서 약 US$6,000 수준이라니, 이 정도라면 분명 HP나 Dell의 동급 워크스테이션의 가격은 Mac Pro의 60% 수준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확장성이다. 이전까지 Mac Pro는 확장성에 제한되거나 2세대에서처럼 확장 자체가-일반적 시각에서-봉쇄된 경우와는 다른 워크스테이션에 기대하는 수준의 확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출시가 되지 않아 완전한 사양과 지원 항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은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인다.

물론 내가 Mac Pro를 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거의 30년 가까이 애플 컴퓨터의 사용자였지만 또한 HP 컴퓨터의 사용자이기도 했다. 내게 워크스테이션은 언제나 HP 9000이었고 지금은 Z의 이름으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애플의 맥킨토시 워크스테이션이 어찌될 지 궁금하다.

구형 컴퓨터 사용자를 위한 추억의 가치

누구나 내 책상 가운데 하나 위에 놓여진 커다랗고 시끄러운 금속 상자와 그 옆 낯선 화면을 보면서 과연 이게 뭔지 의아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랗게 그리고 화려하게 새겨진 HP 로고를 보고 나면, 별나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