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업이나 전공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래저래 주변에서 한 다리를 건너면 컴퓨터 혹은 PC 관련한 사업(장사라고 부르고 싶지만 최대한 당사자을 존중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이다)을 하는 이들지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두세 명은 수십년 거래 관계에 있던 이들이며 또 몇몇은 엔터프라이즈 레벨의 영업과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두 명은 회사에서 전산부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독립한 경우도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만날 일이나 연락할 일도 없지만, 첫 문장과 모순적인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본업이나 전공과 관련되어 직접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없지 않다. 특히 나름 학교에서나 회사에서 공부한다고 하던 후배가 어느날 사라지더니 갑자기 컴퓨터 회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와 개인적으로 여러 관계가 얽혀 있어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친구를 포함해서 앞서 말한 두세명은 이른바 컴퓨터 납품, 컴퓨터 판매, 그리고 조립 컴퓨터(White Box PC) 사업 혹은 장사를 영위하고 있다.
이들을 알고 지낸 지 꽤나 오래인데 공통적으로 사업의 범위나 영역이 크게 확장 되지는 않고, 10년 전이나 혹은 20년 전에 비해 오늘 날 사업 규모가 성장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물론 그 사이에서 몇몇 부품의 품귀 현상 덕에 운좋게도 엄청난 수익을 얻기도 한 적이 있었지만 반면에 큰 손실을 본 적도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현실로 보자면 평균적으로 큰 변화없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20년전이나 10년전에 비해 사업의 내용은 여러모로 바뀐 게 분명하다. 한 친구가 있는 컴퓨터 상사는 한때 수백 개의 업체들이 입점한 전문 매장 가운데 하나 였지만 지금 들러보면-물론 외부적 판단일뿐이지만-십여개 업체 정도만이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는 것 같다. 기존 컴퓨터 관련 사업장은 일반 사무실이나 다른 업종의 매장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외부의 컴퓨터 혹은 전자 제품 매장을 알리는 빛 바랜 간판이 아직 있지 않다면 한때 이곳이 컴퓨터 관련 업체로 번창했던 곳이라 생각하기 힘들고 또한 오늘도 여전한 그 간판을 보고 혹시나 들렀다면 실망을 넘어 분노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아직도 영업을 하는 몇몇 업체들은 온라인 주문과 판매를 통하여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마당에 컴퓨터 관련 업계가 다를리 없을 것이고 오히려 진즉에 온라인 쇼핑 자체를 주도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역시 1990년대 혹은 2000년대의 빛나던 시절에 비하자면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며, 사실상 많은 영업장들이 매장이 팔리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굳이 불쌍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미 수십년간 장사를 하면서 충분한 이익을 얻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현재는 그 일부를 소일꺼리 삼아 버리고 있는 식이라고도 한다.
우스개소리지만 한 2층 건물에서 20년간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이는 이 건물에서 20년간 영업할 것을 알았다면, 20년 전에 차라리 이 건물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 사이 지불한 임대료 등을 생각해보면 이 허름한 건물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안다는 것은 희망적이면서도 결국 절망적이다.
나랑 무관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을 볼때마다 수년 혹은 십수년 전부터 과연 이런 사업이나 장사가 미래가 있느냐는 의구성이 항상 있었다. 물론 다들 지금까지 별탈 없이 사업을 영위하고 그 사이 가족이 생기고 집도 차도 사고 그리고 아이들고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나름 수지 맞는 사업을 한 것도 분명하다 싶다. 당장 손에 쥔 것은 없다지면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드러내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당사자들은 이런 사실에 수긍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많은 질문을 보면 컴퓨터 구입, 부품 조립 그리고 여러 운용 방법에 대한 문의들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세상에는 여전히 컴퓨터를 힘들어 하는 이른바 21세기 컴맹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들 주변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도 충분히 상상된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앞서 언급한 지역에서 컴퓨터 판매업에 종사하는 이들로부터 컴퓨터를 구입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온라인으로 구입하거나 브랜드 매장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지는 몰라도 대부분 구입한 판매점에 문의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국 절대적 컴맹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컴퓨터 가격의 하락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컴퓨터를 소유하게 되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거나 사후 서비스를 받거나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다.
또한 어느새 우리 컴맹들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데스크탑 PC에서 노트북 PC로 대거 이전했으며, 이제는 노트북 PC와 스마트 태블릿 사이에서 구입을 고민하는 단계까지 환경이 변화되었다. 어떤 경우든 기존 20세기의 오프라인 컴퓨터 매장 혹은 판매점의 대부분은 그 역할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작은 지역의 오프라인 컴퓨터 판매점들의 미래는 어떨까. 여전히 주변에 수 많은 컴맹들이 넘쳐난다는 점에서 시장 자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그 시장은 예전과 같이 그들이 작은 부분이라고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은 수년 혹은 십수년 이어온 단골 거래처로부터의 작은 주문과 지속적 지원으로 현장 유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일상의 반복이니 비용의 지출이나 관리 역시 정형화되어 특별한 수익은 없지만 역시 특별한 지출이 없는 말 그래도 하루하루 감당할만한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아무리 물어봐도 명확한 답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처음에는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그들 스스로도 답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한두명과 개인적인 일상적 수준을 넘는 관계가 아니었다면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이었을 수도 있었지 않나 싶다. 21세기 스마트 모바일 PC 시대에 드러나지도 사라지지도 못하는 20세기 데스크탑 PC 혁명 시대의 막차를 탄 이들의 한숨이 생생하다.
앞서 난 그들도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적었지만. 하지만 솔직히 답이 없거나 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을 인정하기 싫고 다시 변화의 시대에 들어서는 힘겨운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구매자로서 21세기 디지털 세대에게 판매자로서 20세기 디지털 세대는 디지털 시대의 꼰대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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