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SD 카드, 패러렐즈 그리고 여유로움 ?

맥북프로의 내부 보조저장장치를 500GB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256GB 용량의 SSD로 교체한 이후 빠른 입출력 속도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곧 저장 공간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역시나 몇 달 지나지 않아 전체 저장 공간의 80% 이상 사용 상태가 되면서 저장 공간 확보를 위해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단 더 큰 용량의 SSD로 교체가 당장 어려운 관계로 멀티베이를 이용하여 넉넉한 저장 용량을 가진 하드 드라이브를 추가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공간을 먼저 정리해 보기로 했다.

사실 256GB이라는 용량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저장 공간에 대한 재검토를 해 보기로 했다. 물론 가장 큰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들은 iTunes의 음악, 팟캐스트 그리고 iPhoto과 Aperture의 사진들이다. 일단 개인적인 취향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정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다음 대상은 PC 환경 운용을 위한 가상화 시스템들이었다. 맥킨토시에서 초기 DOS/Windows 환경에 대한 가상화는 특히나 한국에서는 거의 필수적인 어플리케이션이었다. 1990년대 초 SoftPC나 SoftWindows 같은 프로그램은 제대로(저사양의 PC 처럼이라도) 돌리기 위해서는 꽤나 비싼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다. 그런 시절을 지나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Windows 기반 PC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은행 업무나 쇼핑 관련 웹 사이트의 원할한 사용을 위해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패러렐즈를 구동해야 한다. 그리고 Microsoft Office도 오히려 패러렐즈에서 구동하는 편이 더 원할하다보니 비록 맥킨토시 환경에서 Microsoft Office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하다보니 SSD와 같이 상대적으로 저용량의 저장공간을 가지고 있거나 쉽게 저장 공간을 확장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 계륵같은 패러렐즈 등의 가상화 시스템이 차지하는 용량이 아쉽기만 하다.

이러한 경우에 대응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사진이나 음악 등을 별도의 외장 공간으로 보내어 가상화 시스템에 할당된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패러렐즈가 사용하는 저장공간을 외부의 장치로 옮기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Windows 사용자라면 느낄 수 있는 맥킨토시의 iLife 환경이 주는 풍요로움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보니 굳이 힘들게 두번째 방법을 선택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어느 경우나 거추장스럽게 외부 저장 장치를 늘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보니 눈에 띄인 것이 맥북프로에 장착되어 있는 SD 카드 슬롯이었다. 내 맥북프로의 SD Card 슬롯은 SDHC이므로 최대 지원 용량이 32GB이니 현재의 패러렐즈 환경에 요구되는 현실에 비춰 넉넉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최근의 더 큰 저장 용량의 SDXC가 항상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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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는 단순하다. 패러렐즈에서 가상화 시스템의 저장공간을 SD 카드 볼륨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끝나고, 일반적인 Windows 7 32-bit 설치 과정을 진행했다. 분명 느린 듯 했지만 예상보다는 원할하게 설치가 진행되었고, Windows 시스템의 전유물이 수 많은 업데이트 작업도 시작되었다. 역시나 가끔씩 패러렐즈 혹은 시스템 전체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계속 발생했지만 끈기있게 참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운영체제 설치가 완료된 이후 공인인증서를 아이폰으로부터 전송받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남은 것은 당연히 업무 문서 작성의 핵심이 되는 한글 2007 정도.. 이것도 최근에 다시금 맥킨토시 버전이 출시되어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SD 카드에서 패러렐즈 운용하고자 할 때 당연히 디스크 입출력 속도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때문에 SD 카드 클래스 10(삼성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다(사실 상점에서 구입하고 보니 클래스 10이었다) 그 덕분인지 예상과 달리 가끔씩 찾아오는 멈춤 현상을 제외하고는 사용이 특별한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 SSD에서 구동할 때나 내장 하드 드라이브에서 구동할 때에 비할 수는 없다. 무지 느리고 잦은 멈춤 현상에 짜증이 폭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도 습관들이기 나름이 아닐까 싶어 의식적으로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이전부터 나 스스로 자부하고 있는 속도에 대한 둔감이라는 정체성을 다시금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특이하게도 벤치마크 프로그램 등으로 디스크 성능을 측정해 보니 최고 점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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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카드를 기반으로 패러렐즈를 사용함에 가장 큰 불편한 점은 어플리케이션의 설치나 업데이트와 관련한 작업에 상당한(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구나 걱정하는 문제로서 SD 카드에 저장된 가상화 파일이 패러렐즈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대개는 SD 카드를 다시 장착하므로 써 패러렐즈를 구동할 수 있지만 언제 사용 불능 사태가 될지 모른다는 점은 각오해야만 한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SD 카드를 시스템 드라이브로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지 않을 수 없음으로 불의의 사태에 대비한 백업을 준비해야만 한다. 백업은 단순하게 패러렐즈 파일을 별도의 외장 하드 드라이브로 복사해 두는 정도로 충분하다. 일차적으로 패러렐즈를 구동하기 전에는 슬롯에 작창되어 있는 경우라도 SD 카드를 마운트 해제해 둔다.

이어서 패러렐즈에 대해서는 몇 가지를 상황을 점검했다. 일단 이런 저런 Mac OS X 환경과 공유하거나 특히 하드 드라이브를 사용하게 되는 특정 기능들을 꺼버렸고(실제 성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지만), 더하여 패러렐즈로 하는 일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사실 이건 용량 문제를 떠나 맥킨토시 사용자로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맥킨토시의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가상환경에서의 작업 효율도 높아졌고 비례하여 양 환경 간의 작업도 구분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도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면 맥킨토시보다는 Windows를 사용하는 편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패러렐즈의 사용 목적에서 본다면 운영체제는 내가 필요로 하는 최소 기능 만을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가상 시스템의 운영체제를 Windows XP 32-bit로 다운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 XP 32-bit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했지만 국내 현실에 비춰 볼 때 은행 등 국내 웹 사이트에서는 향후 몇 년간은 지원이 될 것이기도 하고 또 그때까지 현재 시스템을 내가 계속 사용하고 있을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런 위험한(?) 시도는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SD 카드 슬롯의 활용도를 높이면서도 그럭저럭 적응할만한 Windows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충분하다고 본다. 당연히 가상화 시스템의 속도 만을 고려한다면 USB 2.0이나 FireWire 800 외장 하드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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