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어떤 사양의 컴퓨터가 좋으냐 혹은 어떤 CPU,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좋으냐 즉 Intel 제품이 좋은 지 AMD 제품이 좋은 지 묻는 것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는가. 난 예전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맥 사용자가 분명한데. 차라리 Apple Silicon 이야기라면 약간의 관심이라도 가질 수 있으련만.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의 나의 과거 이력이나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업무 때문이기는 하지만, 내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시스템은 대부분 10년도 넘은 제품이다. 도입 당시 워낙 좋은 사양으로 구매한 덕인지 10년이 지나도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는 하지만, 내부 부품이나 구성은 오늘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난 최근 수년간 컴퓨터 시스템과 관련된 특히 하드웨어 요소들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수준이다.
오늘날 PC 구성이나 구입에서 CPU는 전에 없이 뜨거운 소식 가운데 하나가 분명하다. 특히 AMD의 Ryzen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은-비록 벤치마크 정보만을 보면-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텔의 최상위 Xeon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멀티 프로세싱을 조차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이다. 그러니 PC를 구입함에 있어 Intel이냐 AMD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PC 산업에서는 Intel와 AMD의 경쟁 혹은 설전은 예전과 달리 꽤나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비록 애플이 아직까지는 Intel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용하고 있지만, 이미 ARM 기반의 독자적 마이크로프로세서 채용을 공언한 바이니 인텔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차에 인텔의 실책이나 문제에 관한 내외부의 여러 소식들이 관련 분야의 기사로 여기저기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두 제품 간의 호불호에 의해 서로 자신이 지지하는 제품을 항변하느라 열띤 토론을 넘어 소리없는 언성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품 라인이 출시가 되면 이런 상황은 더욱 격열해진다. 성능 문제, 발열 문제, 더불어 벤치마크와 관련한 이런 조직 부정적 소식들이 끊임없는 것 같다. 이런 기사들을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입자에서 이런 CPU의 선택이 가격적 문제 외에 실질적 차이를 주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런 고민은 컴퓨터를 구입함에 있어서만 누릴 수 있는 재미있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쓸데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어떤 CPU를 선택하든 같은 운영체제 그리고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것이므로, 가격대비 성능의 차이 외 다른 점은 없다. 물론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 차이는 작업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실제 어플리케이션 운용에서의 체감 성능은 벤치마크 성능 차이만큼 실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미 충분히 빠르다고 느껴지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더 빠른 성능을 느린 상황이 빠른 상황으로 변하는 것에서 느끼는 바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 UNIX 워크스테이션이 설계나 관리 업무에 주요하게 사용되던 시절에는 한 기업 제품의 선택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아키텍쳐, 내부와 외부 부품 그리고 주변기기까지 제한되었다. 그리고 회사마다 독자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로서 그 컴퓨터 시스템을 대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구분은 없다.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특별한 영역 혹은 특정 기업 제품에 한정되어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외에는 현재 모두-Intel이 아니 AMD의 제품이라 하더라도-인텔의 X86 마이크로프로세서와의 호환성을 유지하고 있다.
만일 생애 첫 자신의 컴퓨터를 마련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면 Intel이냐 AMD냐를 비교하면 CPU를 선택하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다. 하지만 실제 업무와 관련하여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라면 그 어떤 것으로 선택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쓸데 없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예산에 맞춰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더욱이 자신이 아닌 회사의 비용이라면 평소처럼 가용할 수 있는 부서의 예산 내에서 가장 비싼 제품을 고르면 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