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4일 수요일

Apple Silicon, 미래의 Mac 또는 Mac의 미래 ?

WWDC 2020에서 드디어 애플이 Mac 컴퓨터 시스템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즉 CPU를 현재 인텔 X86 기반에서 애플의 독자적인 새로운 아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환할 것임을 공개했다. 물론 당장 X86을 버리고 Apple Silicon로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면 향후 2년간 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공존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 새로운 X86 기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Mac 제품 출시를 포함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X86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업그레이드 수준에 한정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시말해 인텔의 이른바 i-시리즈 외 다른 마이크로프로세서 모델이 출시된다는 그 지원 여부는 별개 일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인텔이 최근 AMD와의 경쟁에서 예전과 다른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서 인텔의 계획에 따라 애플이 어떻게 대응할 지 모르겠다.

애플을 위한, 애플에 의한, 애플의 CPU

역시 애플인지, WWDC 2020이 끝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지만 온갖 예측과 추측 그리고 수문이 무성하다. 애플의 행보에 대한 이른바 전문가와 비평가 세상의 관심은 정말 연구 대상이 분명하다. 넘쳐 나는 이야기는 대략 두 가지 주제로 나뉘는데, 우선은 애플이 왜 이런 예측되기는 했지만 다소 무모하고 의외의 결정을 했으냐에 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현재 Mac, 정확하게 말하면 X86 기반의 현재 Mac 라인의 미래에 대한 사용자의 제품 구입에 따른 불안에 관한 것이다.

먼저 후자의 걱정을 생각해보면, 애플 같은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고 모른 척할리는 없으니 구입 여부 자체는 고민할 꺼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애플 제품의 구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향후 중고 제품 가격의 안정성에는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애플이 680X0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PowerPC로 전환할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많은 사용자들은 구형 68K Mac의 지속적 운영 가능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애플의 PC 시장 점유률이 지금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았던 당시에도 구형 제품에 대한 지원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주요 어플리케이션의 PowerPC로의 완전한 전환이 기대만큼 신속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Mac의 시장 점유률이 훨씬 높아진 상황에서는 그만큼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응하는 어플리케이션의 전환이나 이전이 빠를 것이 분명한 만큼 더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애플의 두 차례에 걸친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전 사태는 이전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결정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X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인텔의 멀쩡한 상태이며 또한 새로운 제품 출시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점에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전에는 애플이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완전히 이동이었다면, 이번에는 여차하면 어느 쪽으로든 갈아 타거나 반대로 양 쪽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680X0이나 PowerPC의 경우는 최대 수요자가 애플이었다는 점에서 애플의 결정은 최종적이었다. 하지만 인텔의 X86 시장에서 애플의 위치는 극히 제한적이며, 인텔의 위상은 이번 애플의 결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Mac을 구입하고자 하는 입장이라면 그 필요성이 현실적이라면 당장 구입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공개한 약 2년간의 공존 기간 역시 연장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Apple Silicon 기반의 Mac이 기대 이하하거나 가격대비 성능에서 X86에 비해 우위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X86 기반 Mac 제품 출시는 지속될 것이고 그에 따른 중고 제품의 가격 역시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애플이 의도적으로 Apple Silicon 기반 Mac의 가격을 X86에 비해 현저히 낮춰 공급한다면 다른 상황이 될 수 있지만, 그런 결정 자체는 애플의 이번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기대하기 어럽다.

다른 주제는, 그렇다면 애플의 이번 결정에 대한 드러난 그리고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점이다. 한 마디로 PC 시장의 환경이 변화되었고, 이에 따른 애플의 자신감 넘치는 대응에 관한 것이다. 이미 많은 컴퓨터 시장 점유율에 대한 통계에서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으로 Tablet PC라는 이름으로 데스크탑, 노트북(랩탑) 컴퓨터와 함께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성능적인 면에서는 물론 어플리케이션이나 주변기기 등과 같은 사용 환경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애플의 주장이긴 하지만, 이미 아이패드에 탑재된 애플의 A-시리즈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X86 기반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추월하는 성능을 제공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 PC는 어플리케이션과 주변기기의 제약으로 실제 컴퓨터 시스템과 비교 및 대응이 어려웠다.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하지만 비난 내지는 비평을 보면 확실히 수긍할만한 점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 수록 태블릿 PC를 지원하는 사용 환경이 개선되고 확장 되었고, 이제 아이패드는 Mac의 보조 수단이 아닌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프로 사이에서 구입을 고민할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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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의 macOS와 아이폰/아이패드의 iOS/iPadOS는 모든 이전 Mac OS X(OS X)에 기반하고 있지만 현재 서로 다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Mac은 인텔 X86 기반 i-시리즈와 Xeon 시리즈를 사용하고, 아이폰/아이패드는 ARM 마이크로프로세서에 기반의 애플의 독자적인 A-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acOS와 iOS/iPadOS의 사용 환경은 상호 보완적으로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애플은 사용자를 자신의 독자적 생태계에 완전히 묶어두고 있다. 결국 프로그램 개발자 입장에서 두 운영체제가 환경이 유사하거나 거의 동일하다면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수월해지고, 이는 개발자는 물론 사용자 그리고 애플에게도 매우 긍정적이다. 개발자는 최소 투자로 확고한 애플 생태계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시스템에 상관없이 어플리케이션 운용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애플의 수익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시장 영향력도 확대될 수 있다.

이런 현실 그리고 미래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인텔의 모바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반대로 Mac에 아이폰/아이패드에 적용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두 영역에서 독자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다른 기업이 아닌 애플이라면 점에서 이런 결정을 수긍하다고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또한 향후 20세기 후반, 1970년대 시작된 마이크로컴퓨터 즉 PC 역사에 전환을 의미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지난 약 40년간 PC의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었다. 물론 데스크탑에서 랩탑/노트북 등으로 변화되기는 했지만 이는 대체가 아닌 기술적 기능적 한계의 해소로 인한 기존 시장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 및 스마트 컴퓨터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전혀 다른 환경을 제공하는 새로운 세상을 제공했다. 더 이상 어떤 형태의 라인에 구속되지 않는 컴퓨터 시스템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 컴퓨터의 위치나 무게로 인한 사용 환경의 제약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향후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현재의 문제마저 해결한다면 미래의 컴퓨터는 이제 손을 떠나 사용자가 원하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그런 현실화된 가상 세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산업혁명 이후-일부이긴 하더라도-인류의 삶을 바꾼 여러 문명의 이기가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컴퓨터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기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있어 다른 사안에 비할 수 없다고 본다. 더욱이 그 변화의 주기 조차 점점 짧아 진다는 것이다.

애플의 독자적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성공한다는 이는 관련한 시장의 다른 제품에도 적용될 것이 분명하는 애플의 생태계 확장은 다른 생태계로의 이전 역시 예상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미래를-너무나 갑작스러움에-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애플의 이번 행보에 주목이 가는 이유라고 하겠다. 과연 Apple Silicon 이후, 미래의 Mac은 오늘의 Mac과 다른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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