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키보드에서 유사시(?) 하나의(혹은 둘 이상의) 키를 분리하여 마우스와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고 한다. 다른 용도로의 사용도 가능하겠지만 그 활용성으로 볼때 마우스만한 것이 없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 Apple Key Mouse ?
하지만 이러한 즉 키보드의 시프키만한 마우스가 과연 현실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활용성이나 기능성을 갖추었는 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돌이켜 보니 이와 유사한 경험을 맛볼 수 있는 컴퓨터를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HP OmniBook 800CT에 대한 신문 광고를 보았을 때에는 본체 안에 마우스가 있다는 표현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잊혀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후 난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어느날 운 좋게 OmniBook 800CT를 사용하게 되었다. 원래 내 노트북 컴퓨터는 OmniBook 900b였는데 컴퓨터 없이 출장간 덕에 그곳 담당자가 사용하던 것을 몇일 간 쓰게 되었다.
실물로서 OmniBook 800CT는 정말 작았다. 물론 작다는 표현은 꽤나 느낌적인 것이고, 또 두께는 어느 정도 유지될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그 특이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광고에서는 마우스가 본체에 내장되어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으나,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는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광고에 보이는 것처럼 긴 플라스틱 바로 마우스가 본체에 연결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본체 오른 쪽 쥐 그림 버튼을 누르자 튀어 나온 마우스는 보이기에는 허술하고 허접해보였다. 도대체 어떤 설계자가 이런 식으로 구성했나 싶었다. 무엇보다도 마우스가 마우스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점에 눈에 거슬렸다. 말 그대로 마우스가 없어 임시적 클릭 기능이 가능한 무언가로 대체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길었다. 스페이스 바 길이의 반 정도. 그래서 보기에 따라 꽤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마우스를 움직이며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그 모든 불만을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어떤 마우스 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긴 플라스틱 바는 매우 넓은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또한 버튼 역시 일반 마우스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눌러졌다. 마우스가 작고 플라스틱 바로 연결되어 있다보니 의식적으로 마우스의 움직임을 좁은 범위로 제한하려고 했는데 애써 일부러 그런 의식을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사용한 OmniBook 800CT는 후기형 Pentium MMX 모델이었기 때문에 메모리가 80MB까지 확장했고 OS는 Windows 98를 사용했다. 간혹 생긴 모양이나 크기가 작아 넷북 마냥 서브 시스템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OmniBook 800CT는 오늘날 울트라북에 대응하는 완벽한 비즈니스 노트북이었다. 당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변기기의 운용이 가능했고 심지어 SCSI 장치까지 연결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애플의 제품이 아닌 PC 영역에서 가장 추억어린 제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20년전 일주일 동안 나와 함께 했던 HP OmniBook 800CT라고 고민없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