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1일 일요일

구형 PC의 재활용.. 늑대의 탈을 쓴 양 만들기 ?

오래된 기계나 전자제품을 되살려 현실 세계에서 사용하는 일은 꽤나 오래된 취미였다. 혹은 누군가에는 직업이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 이전의 아날로그 기기는 부활에 따른 현실적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력이나 비용 대비 성능이 나름 쓸만했다. 반면 디지털 시대 이후에는-비록 아날로그 기기는 여전하지만-디지털 기기에 대한 이러한 시도는 현실적 활용도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사용이 가능했지만 노력과 비용 대비 성능과 기능이 원 사양 이상으로 개선되기는 한계가 있으니, 부활 그 자체 다시 말해 추억을 찾는 취미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너무 비약이고 비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TV,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는 물론 디지털 카메라나 MP3 플레이어 등은 그 지난 시간과 무관하게 영상과 음악을 오늘날 최신 기기와 함께 운용할 수 있다. 물론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른바 아날로그에 못지 않은 레트로 혹은 클래식 감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자동차 같은 경우는 그 목적의 충실함에서 보자면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아무런 상관없는 그냥 자동차의 시각으로 평가해야 한다. 애초 디지털 요소가 적거나 있더라도 핵심이 되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이나 전기자동차의 확산으로 이러한 기준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어떤 사례이든 과거의 이기를 오늘날 사용한다는 것은 전달되는 매체의 내용 자체가 핵심이고 그 핵심의 변화가 없다면 별 다른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일상의 불편함 자체가 매력일 수도 있다. 운용 가능한 미디어가 있다면 예전의 비디어 플레이어에서 오늘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예전의 음악을 오늘 즐길 수도 있고, 수십년 전의 연주와 오늘의 연주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영화 감상 보다는 음악 감상이 더 고풍스러운 취미인 것 같기도 하다.

잡설이 길었지만 어쨌거나 과거의 물리적 유물에 기반한 취미가 그 내용이나 매체에 있어 오늘날의 취미 범주와 다르지 않거나 혹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그 자체로 가치가 부여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가장 예외스러운 대상이 바로 컴퓨터 시스템에 관련된 취미 혹은 관심이다.

컴퓨터란 것은 20세기 후반 마이크로컴퓨터, PC의 등장으로 그 본질이 크게 훼손되었다. 감히 컴퓨터를 PC라 부르기 시기가 너무나 빨리 도래했다. 유사이래 하나의 기술적 확산과 보급이 이렇게 빠른 경우가 있었나 싶다. 그 덕분에 다른 고전적 대상에 비해 컴퓨터는 짧은 시기의 제품 간에 성능과 기능 차이가 너무나 현격하게 드러나는 특이한 경우가 되었다. 이후 등장하는 컴퓨터, 정확히 마이크로프로세서 기간의 디지털 제품이나 스마트 기기는 그 차이가 더 심하다.

PC 이후 스마트 기기까지 현대적 디지털 기기가 이전의 아날로그나 디지털 기기와 다른 점은 기기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극히 제한된 역할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와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필요하면 그 주변기기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수십년 컴퓨터 시스템을 앞에 두고도 운영체제나 어플리케이션이 없다면 작동하지 않은 유물스러운 고철덩이 전자기기와 다를 바 없다. 그 자체에 가치가 부열될만한 기술적 적용이나 브랜드 네임이 없다면 역사적으로 금전적으로나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애초 컴퓨터의 가치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되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수십년전 컴퓨터가 수십년전의 프로그램을 잘 구동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그 능력을 적용할 대상은 없다.

컴퓨터의 운용 목적에 비춰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선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래된 컴퓨터에 대하여 그 역사적 가치를 배재하고 기능적 측면에서 오늘날 활용하고자 한다면 현실적 가치는 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한 시간적 제약을 조금 느슨하게 하여 21세기에 등장한 PC를 보자면 약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PC에는 현실에서 쓸만한 운영체제와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될 수 있고, 인터넷에 연결되어 웹 서핑도 가능할 수 있다.

오늘날 사용하는 운영체제와 어플케이션 없이 그 누구도 이-메일 보내기 위해, 웹 사이트 검색을 위해, 그리고 일상의 업무를 위한 20년 전 컴퓨터를 사용할 수는 없다. 이것은 수십년된 PC에 최신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그리고 웹 브라우저를 구동할 수 있다면 일상의 도구로서 충분히 활용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에서는 대부분의 레트로 컴퓨팅에 관심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대부분의 시도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더 놀랍게도 그러한 완벽한 성공 위에서도 일상적 운용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웹 사이트에서는 어렵게 설치한 웹 브라우저를 통한 접속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메일 서버에서도 이-메일 클라이언트로부터의 연결을 거부한다. 심지어 PC에 연결된 프린터가 인식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한 효율적 대안은 있다. 과거의 하드웨어나 주변기기를 지원하는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그 기반의 프로그램과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놀라운 성능과 기능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곧 그 활용성이 유지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과거의 컴퓨터 시스템에 오늘날 사용될 수 있는 운영체제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다는 것은 그 성공 여부 외에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또 사용하고자 하는 기대가 있다고 볼 때, 결국 일상의 저급한 PC에 비해서 조차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제공하니 현실적 사용은 불가능하다. 사용에 따른 생산성 자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고 불편하니 그 컴퓨터를 사용할 일은 없다.

결국 남는 것은 하드웨어 자체로서의 컴퓨터 시스템에 부여되는 역사적 측면에서의 기술적, 사회적 가치뿐이다. 그리고 어렵고 느린 상황에서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그 역사적 가치를 느끼고 전달하기 위함일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식하지고 이해하지도 못한 채로 양에게 늑대를 탈을 씌워 늑대처럼 보이게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내가 사용하는 10년을 훌쩍 넘어 컴퓨터 시스템이 현실에서 최신 PC 등과 비교하여 업무적으로나 일상적으로 아무런 문제나 폐해가 없음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최신 컴퓨터에서 운용하는 운영체제와 어플리케이션이 무리없이 작동한다. Apple II 이후 PC 생명력의 연장은 확장성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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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에게 늑대의 탈을 씌운다고 늑대가 되지 않는다. 물론 늑대에게 얄을 탈을 씌운다면 양이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다만 양의 양 종족의 역사를, 늑대는 늑대 종족의 역사를 기억하길 바란다. 그러면 우린 새로운 용맹한 양과 평화로운 늑대의 시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PS. 포스팅에서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구형 PC에 구형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구형 게임을 즐기는 게임 머신으로서의 활용은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 분명한 것이다. 역시 양으로 양으로, 늑대는 늑대로 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일까 ?

구형 컴퓨터 사용자를 위한 추억의 가치

누구나 내 책상 가운데 하나 위에 놓여진 커다랗고 시끄러운 금속 상자와 그 옆 낯선 화면을 보면서 과연 이게 뭔지 의아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랗게 그리고 화려하게 새겨진 HP 로고를 보고 나면, 별나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