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9일 수요일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숙명, 1Password의 변화를 바라보며

몇년 전 StuffIt을 추억하며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에 대한 글을 적었지 않나 싶었다. Agilebit의 1Password는 제품 출시부터 거의 10년 정도 사용해 온 암호관리 유틸리티 프로그램이다. 지금이야 왠만한 웹 브라우저에 웹 사이트에서 요구되는 사용자 이름과 암호를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당시 인터넷 웹 서비스 사용이 점점 증가하면서 여러 사이트의 계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나의 암호를 여러 웹 사이트에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의외로 각 웹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계정 이름이나 암호의 규칙이 달랐다. 사용자 이름은 몇 자 이상 혹은 몇 자 이내, 암호는 몇 자 이상에 숫자나 특수 문자를 포함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들이었다. 더욱이 특정 웹 사이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호를 변경하도록 권장했고, 국내 몇몇 주요 서비스는 아예 강제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식이다보니 각 사이트 마다 암호가 다른 것은 일반적 사항이었고, 바꾼 암호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또 새로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1Password는 웹 사이트에 저장한 사용자 이름과 암호를 자동으로 기억하고 자동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물론 이런 기능이 먹히지 않는 몇몇 사이트도 있었다. 내 기억에 끝까지 자동 로그인이 되지 않았던 곳은 옥션 사이트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런 사이트는 몇 개 되지 않았으니 1Password의 사용에 따른 가치는 충분히 돈 값을 했다고 본다.

1Password는 그외 여러 개인 신상이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그리고 주요 정보들을 하나의 앱에서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여 여러모로 일상을 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iOS 버전이 나왔고 아이폰에서도 1Password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인터페이스의 차이로 인해 Mac 버전 만큼의 편의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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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환경에서 1Password를 잘 사용하다가 최근 웹 브라우저의 암호 관리 기능이 등장하게 되면서, 그 기능들이 종종 1Password와 충돌되거나 혼란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실제 암호 관리 기능으로만 본다면 사파리나 크롬 등의 웹 브라우저가 제공하는 정도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충분히 만족할만하는 것이다. 1Password이 제공해왔던 효용성의 가장 큰 부분이 사라지게 되었다.

더욱이 그러한 사이 1Password는 구독형 서비스로 완전히 전환했고, 그에 따른 기술적 안정성이나 서비스가 개선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적 부담에 대한 추가적인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특히 웹 사이트 관련 암호 관리 기능에 추가된 보안 관리 사안들이 너무 일반적 평가를 따르지 않아 싶고, 그에 따른 해결 방안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나 싶다. 물론 이러한 기능을 잘 사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암호 관리 수준을 개선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 정도의 수고를 보일 사용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웹 사이트 암호 관리 외 다른 기능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관리 기능이 기술적으로는 개선되었을 지 몰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기능적 부분은 오히려 불편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특히 프로그램의 이름에 따라 아이콘이 자동으로 지정되는 재미있는 기능이 이전 버전이 그리울 정도로 현재 버전에서는 적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한때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는 항상 설래지 않았나 싶다. 어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개선되었나 하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업데이트는 항상 불안하다. 업데이트 이후 제대로 작동할 지 심지어는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유료 버전으로 전환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 등이다. 1Password 역시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지 매우 궁금하다.

2021년 5월 18일 화요일

DOS 머신이란 ?

당연히 포스팅 제목에 언급한 DOS는 MS-DOS를 지칭한다. MS-DOS 환경에서 구동되는 어플리케이션에 한정한다고 할 때 약간 곤혹스러운 것이 운영체제로서 Windows 3.X에 관한 것이다. 물론 Windows 95 역시 MS-DOS 기반이지 않나라고 할 수 있지만, 최소한 설치를 MS-DOS 도움 없이 할 수도 있으니, MS-DOS 기반이라기 보다는 MS-DOS 공존이라는 우스운 표현으로서 Windows 3.X와 구분해주고자 한다.

운영체제로서 DOS를 사용하는 PC의 범위는 애플의 Mac을 제외한 오늘날 우리 주변의 모든 PC라고 할 수 있다. 사실 Mac 역시 X86 기반으로 전환한 이후 DOS가 직접적으로 설치될 지도 모르겠다.

일단 운영체제로서 DOS를 사용하는 PC, 즉 DOS 머신이 되기 위해서는-일단 Windows 3.X의 도움 없이-기능적 측면에서 DOS 환경에서 그래픽스, 사운드 그리고 네트워크 요소가 구현되어야 한다. 만일 운좋게 이러한 기능에 대한 산업 표준적인 확장 카드를 탑재하고 있다면 표준적 사양에서의 운용을 별 무리없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보급형 확장 카드를 사용한다면 그래픽스의 VGA 모드를 제외하고 고해상도 컬러 그래픽스, 사운드 출력 그리고 네트워크 연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운좋게 제조사의 드라이버를 구할 수 있다면 모를까 운영체제에서 직접 지원되는 제품을 가지고 있는 행운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굳이 DOS 기반에서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치 않거나 혹은 TCP/IP 지원으로 인터넷에 연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인터넷 연결에 따른 보안 문제를 생각해보면 일부러 오프라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사운드 기능 역시 게임이나 음악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역시 별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의외로 DOS 머신의 구현을 크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DOS 환경에서 사용할 디스크 장치나 USB 장치의 드라이버가 필요한 경우 실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DOS 머신을 구축한다고 하면 대개 게임 머신이다. 이른바 레트로 게임 머신이다. 물론 가상 환경이나 에물레이터를 이용하여 클래식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름 분위기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역시 DOS 머신이 제격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게임이 얼마나 흥미와 감흥을 줄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신기한 느낌으로 접근하겠지만 조잡하고 단조로운 화면과 사운드 그리고 제한된 인터페이스에 곧 실망하지 않을까 싶다.

게임이 아닌 비즈니스 용도나 다른 업무 용도로 DOS 머신을 사용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늘날의 멀티 태스킹이 아닌 싱글 태스킹 환경에서 의외로 생산성 높은 작업이 가능한다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다. Lotus의 1-2-3나 Symphony 그리고 WordPerfet의 빠른 응답성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감흥을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한글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한/글 등 몇몇 프로그램으로 선택이 제한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데이터 포맷을 오늘날 대부분의 스프레드시트나 워드프로레서 프로그램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그 현실적 활용 가치가 여전할 수 있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그리고 뜬금 없지만 결론적으로 DOS 머신으로 레트로 컴퓨터를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구형 컴퓨터 사용자를 위한 추억의 가치

누구나 내 책상 가운데 하나 위에 놓여진 커다랗고 시끄러운 금속 상자와 그 옆 낯선 화면을 보면서 과연 이게 뭔지 의아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랗게 그리고 화려하게 새겨진 HP 로고를 보고 나면, 별나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